<변화하는 세계질서>를 읽고

<The Changing World Order> book cover

들어가며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질서’ 내용을 처음 접한 계기는 몇 년 전 유튜브에서 애니메이션 본 것이었습니다. 500년간의 역사를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저자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 국제정세나 환율, 경제 사정에 관심이 커지면서, 사실 걱정이 많아지면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에 관하여

저는 책의 목차를 소개하는 걸 선호합니다. 목차를 살펴보면 이 책이 핵심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는, 목차를 잘 잡아둔 책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목차에서 말하는 바가 뚜렷한 책일수록 책을 읽고 나서 얻는 것이 많다는 경험적인 판단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부 : 세상의 작동 원리

제2부 : 지난 500년간 세상의 작동 원리

  • 1600년대 : 네덜란드제국과 길더화의 부상과 쇠퇴
  • 1800년대 : 대영제국과 파운드화의 부상과 쇠퇴
  • 1900년대 : 미국과 달러화의 부상과 쇠퇴
  • 2000년대 : 중국과 위안화의 부상
  • 현재 : 미*중 관계와 전쟁

제3부 : 미래

저에게는 1600년대 네덜란드제국과 그 시대 유럽 강대국의 이야기는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인구나 국토 면적 면에서 한국보다도 작은 나라인데 강대국이었다는 것을 보면, 패권을 잡을 수 있는 경쟁력이 다만 규모에만 있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이 달리오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세지는 세계질서를 변화시킨 ‘패턴’입니다. 그래서 빅 사이클(새로운 질서 → 부상 → 정점 → 쇠퇴 → 새로운 질서)를 결정짓는 5가지 요소를 뽑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빅 사이클의 5가지 결정 요소와 제가 뽑아본 유용한 메세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혁신
  2. 부채-돈-자본시장 사이클
    • 화폐와 신용이 부와 권력의 성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 기축통화를 보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차입력과 소비력을 갖게 되며 다른 국가에 비해 국제 무역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 역사적으로 지도자들은 자신의 통치 기간이 끝나고 한참 뒤에야 상환 기간이 만료되는 부채를 발생시켜 다음 지도자에게 짐을 떠안겼다.
    • 장기 부채 사이클
      1. 부채가 적거나 없고, 화폐는 ‘경화(금 등 귀금속)’인 상태
      2. 경화에 대한 불만으로 화폐 출현(은행권 또는 지폐)
      3. 부채의 증가
      4. 부채 위기, 채무불이행 선언, 통화 가치 하락으로 통화량이 증가하고 경화와 단절 발생
      5. 법정통화가 발행되고 결국 통화 가치가 하락 (모든 화폐는 가치가 하락하다 결국 소멸한다)
      6. 다시 경화로 복귀
    • 정책 입안자들이 갖고 있는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4가지 수단
      1. 긴축 정책(지출 축소) → 디플레이션 발생으로 고통스러움
      2. 채무불이행과 부채 조정 → 디플레이션 발생으로 고통스러움
      3. 많이 가진 자로부터 그렇지 못한 자에게로 돈과 신용을 이전(예: 세금 인상) → 정치적으로 어렵지만 1, 2번보다는 견딜 만함.
      4. 화폐 발행과 평가절하 → 가장 편리한 수단(누구의 재산을 빼앗아 부가 이전되었는지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자산 가치가 올라가 더욱 부유해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
  3. 내부 질서/무질서 사이클
    • 이 사이클의 단계별로 필요한 리더의 유형이 모두 다르다.
    • 권력통합형 지도자 → 토목기사형 지도자 → 감동을 주는 선지자 →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잘 훈련된 지도자 → 강인한 중재자 → 따르고 싶은 장군
  4. 외부 질서/무질서 사이클
    • 국가의 부와 권력을 결정짓는 8가지 결정 요인
      1. 교육
      2. 경쟁력
      3. 혁신 및 기술
      4. 경제 생산량
      5. 세계 무역 점유율
      6. 군사력
      7. 금융 중심지로서의 영향력
      8. 기축통화 지위
    • 미국이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미국인은 나머지 국가로부터 과도하게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동시에 다른 국가에 많은 빚을 지며 재정적으로 취약해졌다.
    • 미국이 과도한 부채를 점차 화폐화하며 채권국에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지불한 탓에 미국에 돈을 빌려준 국가 역시 미국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취약해졌다.
    • 전통적으로 무역/경제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에 꼭 필요한 수입을 차단할 때 발생한다.
  5. 불가항력

패턴은 프랙탈과 같아서 축소해서 보아도 확대해서 보아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 참 유용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부(wealth) 관리(축소)와 세계 정세(확대)의 패턴이 유사한 면이 많다는 점이 저에게는 좋은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레이 달리오가 ‘부와 신용’에 대해서 해주는 이야기나 시장과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태도를 이야기해 주는 부분이 와 닿았습니다. 특히, 부를 만드는 것은 화폐나 자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라는 지점이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개념으로 ‘부(wealth)’에 접근하고 제 개인의 생산성은 과연 얼마만큼인지 살펴보고 성장시키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 부 = 구매력 : 부를 화폐나 신용과 혼동하지 말자. 화폐와 신용은 가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돈과 신용으로 부를 살 수는 있지만 돈과 신용이 단순히 많아지는 것이 더 많은 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부의 창조 = 생산성 향상 : 장기적으로 당신의 부와 구매력은 당신의 생산성에 비례한다.
  • 부 = 권력 : 부와 권력은 상호적이다.
  • 부의 감소 = 권력의 감소 : 조금 적게 벌더라도 흑자를 내는 사람이 많이 벌지만 적자를 내는 사람보다 성공하게 되어 있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 국가, 제국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비참함과 혼란을 겪는다는 걸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 실질 재산≠금융 재산 : 실질 재산은 구입해서 소유하고 사용하려는 재산이다. 이것은 이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 금융 재산은 금융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래에 지속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주고 언젠가 매각되어 사람들이 선망하는 실질 재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된다. 금융 재산은 그 자체의 가치는 없다.
  • 시장과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진화가 빚어내는 상승세에 베팅하되, 그 과정에서 맞닥뜨릴 사이클과 충돌에 무너질 정도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베팅해서는 안 된다.
  •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에서 참패하지 않는 것이다. 분산하라. 각각 매력적이지만 서로 관련이 없는 여러 대상에 베팅하면, 잠재 이익을 전혀 줄이지 않고도 위험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나가며

책의 마지막에는 미-중 관계와 국가 재정 상태 진단의 척도를 알려주며 독자들이 자체적인 통계를 구축해 보길 바란다고 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렇게 패턴과 데이터로 의사 결정하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자극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러 의사결정에서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 주체적인 척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마지막으로, 100년 단위를 넘어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관점을 얻고 싶은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여러 변화를 조금 더 주체적으로 해석할 힘을 주는 책이기도 해서 저는 읽고 나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속한 나라와 현재의 국제 정세 등에 대입하며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라 이런 부분에 관심과 필요가 있는 분께 추천합니다.

Minyoung

Minyoung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