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들어가며
올해 초에 아는 분께서 오랜만에 카카오톡을 보내오셨습니다. 직접 연락하는 건 처음인데다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하셔서 그 메세지가 더욱 반가웠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정신과 전문의이신 그 분께서 직접 집필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책을 준비하고 계신 줄도 몰랐는데 서점에서 버젓이 검색되는 책을 내셨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고 저에게도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식을 접한 흥분도 잠시, 바쁜 일상 속에서 항상 머릿속으로 ‘시간 되면 책을 구입해야지’라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올해가 거의 다 흘러간 시점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공통 지인의 일로 만나게 되면서, 머릿속에 저장해두었던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To-do 항목이 떠오르자마자 바로 책부터 구입해버렸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도움을 받은 부분은, 저 역시 정신과에 대해 상당히 거리감 있게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과거에 혼자 견디기 힘든 일이 있을 때, 심리학과 석/박사 과정을 하는 동생의 추천으로 검증된 심리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나도 모르던 나의 울음 버튼이나 방어기제를 상담사 선생님과 함께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생각보다 힘든 상황들을 잘 버텨왔고 심리상담을 받을 정도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큰 성취감과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리상담에 대해 좋은 경험과 믿음이 있으니 정신과도 당연히 제가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단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과가 제 생각보다도 훨씬 과학적이고 입증된 치료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저 역시 필요하면 도움을 받아도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책에 관하여
이 책의 리뷰에서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책 내용에서 발췌하고 싶은 부분은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책의 목차만 아래에 나열해보았습니다.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목차를 살펴보며 호기심이 생기거나 알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직접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럼으로써 제가 이 책을 통해 정신과를 가깝게 느끼게 된 것처럼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 도움받는 분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목차>
A.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정신과에 대한 모든 것
- 정신과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만 가는 곳이다?
- 모든 건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 남들도 이 정도는 힘들어하면서 산다?
- 정신과 상담 기록이 남으면 취직도, 보험 가입도 어렵다?
- 정신과 약물은 한번 시작하면 끊기 힘들다?
B. 정신과, 이런 마음의 일들을 다룹니다
- 우울
- 불안
- 번아웃
- 성인 ADHD
- 강박
- 수면 문제
- 중독
- 트라우마
C. 그렇다고 아무 데나 가지 마세요, 골라 가세요!
- 종합병원 정신과, 정신과 의원,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센터… 어디로 가야 할까?
- 나에게 맞는 의사를 찾는 법 - 피해야 할 것, 지켜야 할 것
- 첫 방문 시 일어나는 일들
- 심리검사, 꼭 해야 할까?
- 첫 방문,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 입원을 해야 하는 경우는?
D. 똑똑똑, 정신과 문을 연 당신이 알아야 할 A TO Z
- 부작용이 있어도 약을 먹어야 할까?
- 항우울제, 항불안제… 알고 먹어야 약이 된다
-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 사용 설명서
- 치료를 받아도 좋아진 건지 잘 모르겠다면
- 정신과 치료, 언제까지 받아야 할까?
- 약 말고 다른 치료 방법은 없을까?
- 보호자나 친구가 치료 과정에 참여하는 방법
- 치료 이외에 함께하면 좋은 것들
나가며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 이야기를 잘 듣는 것만으로도 진료 시간이 부족한데 정신과 치료에 대해 설명할 시간도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람들이 진료실 밖에서도 ‘정신과 사용법’이 필요할 때 발췌록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도로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우리는 독감에 걸리면 당장 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 꼬박꼬박 챙겨먹으며 다음 번에는 독감에 걸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신체 건강에는 큰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만, 정신이나 마음, 뇌에 대해서는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지식과 관심만을 가진다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제 마음과 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 점에서 이 책은 저에게 충분히 가치 있고 감사한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께 필요한 도움이 되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