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몬스터"는 어떻게 돈을 벌까

저는 어릴 때부터 '돈 버는 구조'를 볼 수 있는 사람, 더 나아가 그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말만 하는 스스로가 답답 해져서 스스로에게 숙제를 던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사용자로서 접하는 제품, 일이나 흥미로 인해 들여다보는 회사, 요즘 핫해서 자주 듣게 되는 서비스 등을 '어떻게 돈을 벌까'에 초점을 맞춰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둔 사회적 압박에 의해 꾸준히 글을 쓰는 저를 발견하게 되길 기대하며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돈 버는 구조, 곧 Money Machine을 들여다볼 첫 서비스는 '스포츠몬스터'입니다. 평범한 주말에서 벗어나 특별한 활동을 해보자는 친구의 고마운 제안으로 스타필드 고양점에 있는 스포츠몬스터를 다녀와보았습니다. '어른들의 놀이터'라는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스포츠몬스터(a.k.a 스몹)'에서 2시간 놀아본 이용자 입장의 Money Machine을 살펴보겠습니다.
개요
- 운영 회사: 위피크(Wepeak)
- 지점 위치: 4곳(고양, 하남, 대전, 안성)
- 어트랙션 종류(고양점 기준): 농구 게임, 라켓 게임, 야구 배팅, 야구 피칭, 트램폴린, 미끄럼틀, 탁구, 배구 게임, 어드벤처 코스, 랠리볼, 버티컬 드롭 슬라이드, 스텝업, 핸드볼 게임, 클레이 슈팅, 러닝, 360 스윙, 클라이밍, 점핑타워, 양궁, 스트라이커, 다트, 슛앤샷
- 요금: 기본 2시간 이용, 비수기(26,000원), 성수기(30,000원) + 기본 이용 시간 초과 10분당 2,000원
- 운영시간: 10시~21시
💃이용자 입장의 감상
평범한 액티비티라면 2시간 3만원이 부담스럽지만, 특별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한 번은 선뜻 지불 가능한 금액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온라인 할인가(5%)와 첫 고객 5,000원 할인 등의 프로모션, 그리고 비수기/성수기를 고려했을 때, 첫 고객들은 평균 2시간 25,000원 입장료를 지불하고 있을거라 추측됩니다.
총 22개 어트랙션 중에, 기본 2시간 이용 시간 동안 나름 여기서만 이용할 수 있는 어트랙션을 하려고 했는데 "어드벤처 코스, 360 스윙, 버티컬 드롭 슬라이드, 클라이밍, 점핑타워, 트램폴린, 배구 게임, 양궁" 이렇게 총 8개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시간을 돌아다니다보니 생각보다 힘이 들었고, 주말 황금 시간인 토요일 오후에도 인기 어트랙션 대기 시간이 10~15분 정도로 그렇게 길지 않아(에버랜드나 일반적인 테마파크 대비 주관적 판단) 2시간 이용이 더욱 충분하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실제 이용해보기 전에 스몹의 주요 고객군은 저와 비슷한 2030 키덜트일거라 생각했는데, 청소년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제가 직접 목격한 고객 유형은 (1) 2인 커플 (2) 3~5인 청소년 그룹 (3) 3~5인 휴가나온 군인 그룹이었고, 어림짐작으로 청소년 그룹이 50% 정도로 주요 사용자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주말에는 저와 같은 개인 고객들이 대부분이지만 주중에는 기업 단체 고객이 메인일거라 추측해봅니다.
💸Money Machine 구조 추정
매출
- 스포츠몬스터를 주로 이용하는 시간은 점심, 저녁 전후를 고려해보았을 때 주말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라고 가정하고, 기본 2시간씩 4개 타임슬롯이 나온다고 가정했습니다.
- 제가 이용했던 시간대는 토요일 오후 2시~4시로 약 50명의 이용객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되어 1개 타임슬롯 당 50명의 고객을 가정했습니다.
- 주말 연 매출: 25,000원(객단가) x 4개(주요 이용시간 타임슬롯) x 50명 x 2일(주말 토/일) x 52주 = 5억 2,000만원/1년
- 주중 기업 고객은 제가 경험한 바가 없지만 몇 개 후기글을 보고 가정해보았습니다.
- 평균 50명 규모의 팀 1개가 2시간을 대관처럼 예약하여 사용하고, 오전 1개 타임, 오후 2개 타임으로 하루에 팀 3개가 예약될거라 가정했습니다.
- 20인 이상 단체 고객은 할인이 된다고 나와있으니 일반적으로 B2B 고객에게 적용되는 20% 할인율을 가정하여 팀 1개당 100만원 이용료를 가정했습니다.
- 주중 연 매출: 100만원 x 3개 팀 x 5일 x 52주 = 7억 8,000만원/1년
- 내부에 매점이 있어 스낵, 굿즈 매출도 부수적으로 추가할 수 있겠습니다.
- 매점 연 매출: 1만원(음료 객단가) x 1,150명(위의 주말, 주중 고객 수 합) x 52주 = 5억 9,800만원/1년
- 대략적으로 스몹 고양점에서만 약 19억원/1년의 매출이 발생하고, 총4곳의 지점이 운영되고 있으니 약 80억원의 연 매출을 창출하고 있을거라 추측됩니다.
비용
본 사업을 운영하면서 드는 주요 비용은 (1)임대료와 (2)인건비 (3)시설대여비라고 생각합니다. 비용은 매출과 다르게 제가 경험한 바로 유추해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검색의 힘을 빌었는데, 놀랍게도 운영 회사인 위피크의 감사보고서가 2019년부터 공시되어 있었습니다🥹
- 임대료: 공시 자료를 발견하기 전에, 스타필드의 임대료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제 역량 부족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구하는 자에게 길이 있다(?)는 말처럼 공시자료를 보니 '(주)스타필드고양'이 특수관계자라 특수관계자 매출, 매입 숫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스타필드고양으로부터 매입한 금액이 22억 5천만원입니다. 전액 임대료로 가정하고, 스포츠몬스터 고양점이 1,500평으로 검색되니 평당 150만원 정도로 다른 지점의 임대료도 지출되고 있을거라 생각해보았습니다.
- 검색 결과, 하남점과 안성점은 1,600평, 고양점은 1,500평, 대전은 665평으로 총 5,365평을 임차하고 있습니다. 평당 150만원을 단순 곱하면 80억원/1년이 임대료로 들 것이라 추측됩니다.
- 인건비: 2023년 임직원은 47명으로 파악되어 평균 연봉 3,500만원과 130% 부대비용 포함 비율을 적용하였을 때 21억 4000만원/1년으로 추산됩니다.
- 시설대여비: 시설리스료는 한 회사와 10년 계약하여 최소 리스료 연 3억원에 매출 상향에 따라 연 4억 2천만원까지 지불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균값인 3억 6천만원/1년으로 추정하였습니다.
- 이 세가지 주요 비용을 합하였을 때 약105억원의 연간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결과
가정에 가정의 쿠션을 몇 개나 거쳐 단순 추정해보았을 때 스포츠몬스터 4개 지점에서 연 80억원의 매출과 연 105억원의 비용이 예상됩니다. 이 추정대로라면 연 25억원의 적자를 보는 구조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저만의 소설같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아래와 같은 순서대로 우선순위를 두고 사업을 개선해볼 것 같습니다.
- (매출 향상)단체 고객 유치를 위한 영업력 강화: 추정치로도 '주중 매출'의 기업 고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타필드에서의 전방위적인 마케팅이 주말 일반 고객들을 끌어줄 수 있으니, 스포츠몬스터 운영사 입장에서는 기업 고객 영업에 집중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매출 향상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최근 포스트 코로나로 작은 기업, 큰 기업 모두 팀워크에 대한 고민이 많고, MZ세대와 좋은 팀워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깊습니다. 함께 몸을 움직여 협동하고 스포츠로 가까워지는 활동은 요즘과 같은 시대에 귀한 경험일 뿐만 아니라 시대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됩니다.
- (매출 향상)매점 및 굿즈 사업 확대: 일단 이용객 숫자를 늘리고 나면 고객 생애 가치(LTV)를 늘려야 합니다. 저의 이용 경험으로는 매점이 너무 내부에 있어 눈에 띄지 않았고 2시간 이용 후 외부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매점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건강한 어른들의 놀이터', '스포츠테인먼트'라는 키워드를 생각해봤을 때, 단백질 쉐이크나 비타민 음료 등을 판매해서 일반적인 음식점에서 구하기 힘들고 스포츠몬스터의 포지셔닝에 맞는 제품으로 개편하면 저도 매점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한, 스몹 특성상 안전 등의 이유로 필요 직원 수가 많은 것으로 보였는데, 일부 유휴 직원을 통해 스팟성 이벤트를 여유 공간에서 진행해서 추가적인 매출 혹은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매출 향상)신세계 계열사 지역 거점 확대: 스몹의 운영사가 신세계와 관계를 갖고 있으니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놀거리, 즐길거리가 더욱 부족한 지역 거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수익 개선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방법들보다 장기적이고 매크로한 접근이라 생각합니다.
✔️마무리 - 감사보고서로 해본 '검산'
- 스포츠몬스터는 (주)위피크가 운영하고 있으며, 위피크는 2006년 10월 설립(자본금: 9억2800만원 가량)된 회사로서, 스포츠 교육,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체육 콘텐츠 연구/개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다 2016년을 기점으로 스포츠몬스터를 주요 사업으로 피벗하였습니다.
- 스포츠몬스터 1개 지점만 생각했을 때에는 제가 혼자서도 추정 가능한 구조라 생각하고 신나게 사업 시나리오를 정리해보던 중 운영사 위피크의 감사보고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더욱 진실에 가까워졌다는 반가운 마음과 제가 추정한 계산을 검사받는다는 두려운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공시 자료에서 본 사업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 스타필드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위피크의 지분을 22.9% 가진 2대 주주입니다. 애초에 신세계 계열사의 문화복합공간 조성을 위한 파트너사로, 어찌보면 강력한 우군이 있었기에 대대적인 사업 피벗을 할 수 있었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 감사보고서에 나온 수치들은 매출, 비용 모두 제 예상치와 크게 달랐습니다😱 파크사업은 코로나 시기에 큰 지장을 받았으나 코로나 이전의 성과를 보았을 때 코로나가 끝난 올해부터는 확연히 흑자 구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 감사보고서와 제 추정치를 비교해보며 제가 아직 보지 못하는 구조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 이런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검색이나 사고 실험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데이터들이 생각보다 많고, 이러한 것들을 채우기 위해 많은 경험과 업계 전문가들과 대화해보는 능동적인 정보 수집이 필요하구나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종종 생각만으로 어떤 작은 서비스의 예상 매출, 비용을 추산해보고는 했는데, 이렇게 글로 정리해보니 더욱 디테일한 내용까지 챙겨보고 찾아보게 되어 누구보다 저에게 가장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Money Machine에 대한 글을 쓰면 쓸수록 사업 구조를 파악하는 힘이 키워지길 간절히 바라며 꾸준히 글을 남겨보겠습니다.
부록 - 기타 생각 끄적임
이번에 스포츠몬스터를 가기 위해 고양까지 원거리 투어를 했던 저 자신을 보며, 문득 스타필드가 스포츠몬스터를 끌어들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특히 스타필드를 돌아다니며 지나친 스파 시설, 영화관, 북카페, 키즈카페, 스크린 골프장과 같은 시설들을 통해 복합 문화공간이 되려는 스타필드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업이 주요 수익을 창출했던 '구매'라는 경제적인 목적과 '쇼핑'이라는 문화적/여가적 목적은 이미 집 가까이 있는 백화점, 마트, 편의점을 통해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있고, 특히나 온라인 쇼핑이 그 시장을 경쟁적으로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필드와 같은 대단위 오프라인 사업은 유통업이 아닌, 오프라인 공간을 직접적인 수익으로 환산하는 임대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타필드 고양이 오픈 1년도 안되어 흑자 전환을 했다는 기사를 찾게 되었는데, 스포츠몬스터와 같은 비쇼핑 사업이 임대업자의 수요를 메워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가며
제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특정 사업의 돈 버는 구조를 파악해내는 힘을 기르는 훈련을 하기 위함 입니다. 이 마음가짐이 오래갈 수 있도록 독자 분들이 글을 읽으시며 떠오른 아이디어, 개선점, 시정할 부분들을 따뜻한 마음과 함께 저에게 공유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져서 읽어도 시간 낭비되지 않는 글로 발전시키고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