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팝업스토어 정말 돈을 많이 벌까?

Scene scenery

들어가며

제가 다니는 회사 사무실이 성수역 바로 근처라 약 2년 전부터 매일같이 성수의 모습을 지켜봐왔습니다. 코로나 때에도 성수만큼은 주말에 사람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었고 골목마다 새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이렇게 역동적인 성수가 특별한 점 중 하나는 팝업스토어가 정말 많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7월 1주차 성수동 팝업스토어 총정리'와 같은 블로그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듯이 매일 매일 새로운 팝업스토어들이 생겨나고 사라집니다. 저도 점심 식사를 위해 밖에 나가 걷다보면 '여기가 또 이렇게 바꼈네', '여기 벌써 없어졌네'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게 됩니다.

지난 2년 간 디올, 피치스, 쎈느처럼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내어 찾아오는 유명 팝업스토어를 곁에 두고서 저는 지금까지는 단지 눈호강에 만족했었습니다. 그러다 요즘 공인중개소에서 팝업스토어 임대 홍보물을 붙여둔 걸 많이 보다보니 팝업스토어의 수익성은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저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쎈느(Scene)' 공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왜 팝업스토어인가

요즘은 특히 '경험'으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하는 마케팅이 활발합니다. 그래서 팝업스토어를 가보면 단순한 전시나 진열이 아니라, 스티커사진을 찍게 하거나 손을 씻어보게 하거나 증강현실을 경험하게 하는 등 이용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발합니다. 그리고 사업자 입장에서도, '힙하다' 라는 이미지를 얻음으로써 이성이 아닌 감성을 작동시켜 실용성 대비 높은 객단가를 만들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왜 성수인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수동은 대로변을 벗어난 골목에 들어서면 어둡고 무서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힙해진 성수의 역사는, 2011년 물류창고를 개조해 만든 '대림창고' 에서 시작해 2014년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한 '자그마치', 2016년 목욕탕을 개조한 '어니언'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강남 대비 저렴한 임대료에 다리만 건너면 압구정과 연결되어 기업들의 본사도 이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사들이 성수동으로 옮겨오면서 소비력 있는 직장인들이 성수로 유입되며 주말 상권이 주 7일 상권으로 변화했고 이렇게 성수 전성기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명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보러 왔다가 주변의 이름 모를 신생 브랜드 매장도 들러보게 되는 낙수효과로 더 다양한 브랜드들이 모여 팝업스토어 성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 브랜드 팝업 비즈니스

처음 성수로 사무실을 옮기고 나서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흰색 구조물을 보며 도대체 뭘 하는 공간일까 하고 몇 개월을 궁금해했었습니다. 알고보니 쎈느(Scene)라는 이름으로 1층 카페와 2층 편집샵을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쎈느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성수동에서 핫한 팝업 비즈니스를 살펴보려 합니다.

회사 기본정보

  • 회사명: 주식회사 쎈느
  • 설립일: 2019년 6월 14일
  • 직원 수: 15~20명대
  • 연혁:
    • 2019년 12월에 가오픈한 뒤로 성수동 힙한 카페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함.
    • 오픈 초기에는 1층 카페를 '아르코' 라는 커피 브랜드로 어필함(어느 순간 아르코는 사라졌고 쎈느 카페로 바뀐 것을 보아 초기에 아르코와 협업을 했다가 헤어진 것으로 보임).
    • 2020년 9월에 첫 팝업 이벤트를 개최함.
    • 2023년 현재는 브랜드 팝업 사업이 메인인 것으로 보임(처음에는 카페로 입소문을 탔고, 코로나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팝업 사업으로 전향하지 않았을까 생각함).
Scene financial performance
(주)쎈느 회사 매출, 영업이익

부동산 기본정보

  •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5길 20
  • 면적: 토지 약 200평, 건물 연면적 156평(1층 89평, 2층 67평)
  • 건물 외 공터 공간을 단순 주차 공간으로 사용하지 않고 테이블과 의자를 둬서 공간 수익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보임.
  • (특이하게도) 발렛파킹 부스를 둬서 주차도 힙(?)하게 해줌.
  • 원래는 1968년에 신축한 공장이었다고 함.
  • 부동산 등기부등본 확인사항:
    • 1975년에 소유권 이전됨.
    • 2014년, 2015년에 손주로 보이는 관계자들에게 증여함.
    • 증여 수여자 중 1개는 장학재단임. 해당 장학재단을 더 알아보다보니, 여성인 원래 소유주는 6.25 전쟁 이후로 의류도매업, 포목점(옷감 파는 가게) 사업을 시작으로 가죽의류 무역사업까지 확장한 사업가였음. 이 후, 가죽산업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부동산 건축/임대업으로 전향하여 사업체를 키운 것으로 보임.
    • 2014년에 부속건물 멸실(이때부터 공장 아닌 새로운 임대 사업을 필요로 한 것 같음)
    • (등기부등본을 한번 들여다봤을 뿐인데 예상도 못한 정보를 얻어 놀라웠음.)

🎬 쎈느의 팝업 비즈니스

이런 쪽에 관심이 적은 제가 느끼기에도 이번 6~8월에는 쎈느에서 르세라핌, 하나은행, 호가든, 쿠팡 등 유명한 브랜드 팝업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해보니 지난 7월은 행사 세팅으로 휴무한 5일을 제외하면 나머지 25일 정도가 모두 팝업 행사로 공간이 사용되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니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겠습니다.

<공간 이용 방식에 따른 유형>

  1. 1층, 2층 모두 통으로 대관
  2. 2층만 팝업 공간으로 대관, 1층은 기존 쎈느 카페를 운영
  3. 건물 외곽, 내부에 브랜드 홍보물을 전시하고 기존 1층 카페, 2층 편집샵은 그대로 운영
  • 어떤 형태로 팝업을 하든지 팝업을 여는 브랜드와 쏀느 카페가 콜라보하여 팝업 기간동안 한정 메뉴를 개발하여 판매함.
  • 이런 형태를 보았을 때, 쏀느는 단순 공간 대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기획, 이벤트 기획을 함께 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함.

<팝업 형태에 따른 유형>

  1. 브랜드 팝업: 제품, 서비스 형태에 상관없이 브랜드를 알리는 목적으로 가장 다양한 기획이 가능한 유형
  2. 팝업스토어: 패션, 화장품, 침구 등과 같이 제품 위주로 홍보하며 판매도 하는 유형
  3. 전시: 갤러리처럼 디지털 아트,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유형

🎬 쎈느 운영 수익구조

아래와 같이 쎈느의 수익-비용 구조를 따져보았습니다. 항목 별로 산출해놓고 보니, 높은 성수동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공간대여 사업의 수익률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물론 이렇게 높은 수익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몇 가지 요소들이 다음과 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높은 대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주머니가 깊은 브랜드에게 매력적인 입지와 대규모 공간
  • 주변 팝업스토어의 낙수효과나 중개사를 통해 들어오는 대관 매출이 아니라, 브랜드사에서 직접 인바운드 문의를 하게끔 만드는 기존 사업의 흥행도(=쎈느 카페의 초반 흥행도)
  • 대관이 없을 때에도 부동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기초 현금 창출 사업(=카페)
    • 개인적으로는 이 요소가 쎈느를 다른 대관 사업자와 구별하는 특이한 점이라고 생각함.
Scene cash flow

산출 가정 - 수익

  • 대관료: 70평 x 5만원 x 20일 x 12개월 = 연 8억 4000만원
    • 2층 공간은 온전히 팝업으로 대관, 1층은 기존 쏀느 카페 운영하면서 한정 메뉴 판매하는 유형의 팝업이 메인인 것으로 파악됨. 따라서 2층 공간 70평만 대관 과금 공간으로 가정함.
    • 정확한 대관료를 파악하기 힘들었으나, 인근 유명 팝업공간 대관료 견적 자료가 있어 유추해보았을 때, 한 달 이내의 짧은 기간 대관은 평당 하루 5만원의 대관료로 가정함.
    • 지난 7월 스케쥴을 근거로 한 달에 20일 팝업을 운영한다고 가정함.
  • 카페 수익: 50석 x 3회전 x 1만원 x 30일 x 12개월 = 연 5억 4000만원
    • 카페 실내 공간의 좌석 수 약 50석으로 파악됨(야외석 포함하면 100석 이상이 되어, 한때 100인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카페로도 유명했었음).
    • 하루 3회전은 굉장히 대략적이긴 하나 일반 카페에 비해 팝업으로 인한 유입 고객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 오전~점심, 오후, 저녁 3회전으로 가정함.
    • 베이커리, 브런치 메뉴를 함께 파는 카페로 객단가 1만원(아메리카노 5천원 + 베이커리류 5천원) 가정함.
  • 원두 판매 수익: 연 5000만원 미만으로 다른 매출처 대비 매출 비중 미미할 것임
    • 대표 상품으로 보이는 원두 평균 단가 15,000원(200g)의 판매량을 추측해보려 했으나, 대규모 공급처나 B2C 인기도를 볼 수 있는 리뷰 기록 등이 없어 실제 수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함.
  • 자체 팝업상품 판매 수익: 연 5000만원 미만으로 다른 매출처 대비 매출 비중 미미할 것임
    • 한달 평균 20일을 대관으로 가정하였기 때문에 편집샵 운영은 한달 평균 10일 이내로 예상함.
    • 판매 중인 제품 객단가 범위(몇 천원~몇 십만원)가 넓어 객단가 추정이 힘들지만 1시간 평균 객단가 5만원 판매한다고 가정하면 연 7200만원 매출임. 의류 분야 중도매인 마진율 40% 가정했을 때 연 수익 5천만원 이하로 예상함.

산출 가정 - 비용

  • 임대료: 월 1981만원 x 12개월 = 연 2억 3800만원
    • 성수동 평균 임대료는 2018년 기준 10만원에서 2022년 15만원으로 올랐다는 자료를 참고함.
    • 2020년에 쎈느가 계약했음을 가정, 2020년 기준 평당 임대료 11만원에서 시작해 매년 5% 인상 상한이 적용되었다고 가정하여 2023년 기준 평당 월 127,000원 임대료로 가정함.
    • 1층, 2층 총합 연면적 156평
  • 카페 원가: 1억 6200만원
    • 베이커리, 브런치 메뉴는 원가율을 높이고, 커피 로스팅은 직접 하므로 원가율을 낮추는 형태임.
    • 보수적으로, 작은 카페들의 원가율 30%를 적용함.
  • 원두 판매 원가: N/A
    • 생두 원가, 가공 중 수분 소실율, 기계감가상각비, 인건비, 포장비 등 고려해보려 했으나 매출 추정이 힘들고 매출 비중이 매우 낮을 것으로 보여 산출하지 않음.
  • 인건비, 부대비용: 17.5명 x 3,300만원 x 1.3 = 7억 5000만원

여기까지 산출해보고 나니 얼추 매출 규모, 이익 규모는 공시된 정보와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로써, 매출로는 팝업 공간 기획 관련한 컨설팅 매출이 있을 수 있고, 비용은 마케팅비초기 인테리어 및 설비 투자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가며

무관심하게 지나치던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다른 관점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와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공간 대여 사업이 입지나 임대료와 같은 물리적 제약도 있지만, 공간의 가치를 키워낼 수만 있다면 이런 물리적 제약을 오히려 해자로 만들고 높은 수익률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만 브랜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도 브랜드가 있다는 관점을 새롭게 얻었습니다.

저는 결과론적으로 이 사업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2019년에 뼈대만 남은 공장 부지를 보며 저는 과연 이 공간을 이러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워낼 상상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듭니다. 단순히 계산기를 두드려서 이 공간에 카페를 할까, 음식점을 할까, 소매점을 할까 따져보았다면 나올 수 있었던 사업일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창업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Visionary가 되어야 하고, 그걸 실행해서 결과로 만들어내는 끈기(Tenacity)까지 필요하다는 뻔한(?) 배움을 다시 한번 얻어 갑니다.

Minyoung

Minyoung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