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클래식 콘서트 돈이 될까?

how to make money classical music concert

들어가며

우연한 계기로 최근 <시카고> 뮤지컬, <딜리버리> 연극, <스즈메의 문단속 & 너의 이름은 & 날씨의 아이 영화 음악 콘서트> 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 특히 클래식 콘서트의 경우에는 '또모' 라는 공연 기획사가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OST들을 묶어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해 구성한 공연이었는데, 2시간을 꽉 채우는 러닝타임과 그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던 공연 구성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눈대중으로만 보아도 롯데콘서트홀 90% 이상이 채워지고 다수가 20-30대로 보여, 이렇게 시의적절한 공연 하나를 잘 기획해서 막에 올리면 공연 기획자 입장에서는 어떤 구조로 수익을 낼까 궁금해졌습니다.

🎼시장 조사

한국의 주요 클래식 공연장

클래식 공연장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잔향시간(500헤르츠(HZ) 기준으로 1.9~2초의 잔향 시간을 권장)이라고 합니다. 국내 잔향시간 상위권 5개 공연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523석)
  2. 롯데콘서트홀 (2,035석)
  3. 영산아트홀 (600석)
  4.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 (600석) - 실내악 위주
  5.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476석) - 실내악 위주

객석 기준으로 대규모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나 고양 아람누리 오페라극장이 왜 없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잔향시간으로는 top5에 포함되지는 못했고, 앞으로 이런 부분 보완을 위해 리모델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오케스트라 클래식 공연을 다루다보니 자료 대부분이 예술의 전당롯데콘서트홀 경우를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공연예술계의 통계자료 - KOPIS

이 글을 준비하면서 '와 이런 게 다 있었어?!' 라며 재미있게 살펴보고 상식도 넓어지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이었습니다. KOPIS에서 다루는 공연예술의 범위는 연극, 뮤지컬, 클래식, 국악, 대중음악, 무용, 대중무용, 서커스/마술 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공연티켓 판매액은 약 5,500억원에 공연건수는 16,289건 입니다. 장르별로는 뮤지컬 티켓 판매액이 전체의 약 76%를 차지하며 전체 공연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사로는 대중음악 콘서트 흥행 소식을 많이 접해 대중음악 비중이 가장 클 줄 알았는데 뮤지컬이라는 사실이 새롭습니다.

KOPIS 관련한 기사들을 살펴보다보니 통합전산망이 만들어진 이유가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공연을 예약할 때를 생각해보면 대부분 인터파크, Yes24, 티켓링크, 11번가 등의 대형 예매플랫폼에서 구입하게 됩니다. 이 플랫폼들은 공연 예매자에게는 예매 수수료, 판매자에게는 판매 대행 수수료를 받으며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모두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위치(게이트웨이 사업의 좋은 예시!)를 잡았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심화되자, 공연 시장 성장에 따른 혜택이 공연자, 공연 기획자, 관객 모두에게 돌아가기 보다 예매 플랫폼이 흡수하는 성장이 더 커졌습니다. 그러자 예술의 전당, LG아트센터, 롯데콘서트홀, 세종문화회관 등 규모있는 공연장들은 판매 수수료와 예매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자체 예매 시스템을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는 국/공/민간 공연 예매 사이트를 아우르는 취지로 KOPIS를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KOPIS 구축 초반에는 인터파크와 같은 시장 점유율 1위의 예매 사이트 입장에서는 KOPIS에 협력할 이유가 없으므로 세부적인 예매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현 시점에서 다시 KOPIS를 살펴보니, 2019년부터 공연법 제4조(공연예술통합전산망)가 시행되면서 공연 예매 정보를 의무적으로 KOPIS 전산망에 연동하게끔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생태계 내에서 발생하는 불균형과 이에 대한 견제를 통해 변화하는 하나의 케이스로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Money Machine 시나리오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와 동일하게 공연 기획자 입장에서 공연을 열 때 얼마를 벌고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수입

공연 수입은 단순하게도 티켓 매출이 전부입니다. 물론 협찬이나 마케팅 목적의 기업 콘서트와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여기서는 일반적인 공연 케이스를 살펴봅니다.

티켓 매출은 유료 객석점유율을 살펴봐야 합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래의 몇 가지 하이라이트로 추정해보았을 때 유료 객석점유율 50%가 일반적인 수치라 가정하였습니다.

유료 객석점유율 추정 관련 하이라이트 기사

  • 한화가 35년째 매년 개최중인 교향악축제의 (전체)객석 점유율은 최근 90%가 넘게 올라왔다.
  • 대전 예술의전당 유료 객석점유율이 몇 년간 76%를 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 2018년 정명훈 지휘자의 KBS 교향악단 공연의 유료 객석점유율은 85%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냈다.

유료 객석점유율 다음으로는 티켓 가격을 고려해야 합니다. KOPIS에 클래식 티켓 평균 가격(3만원)이 나와있지만 기업 협찬, 자선 공연, 졸업 공연 등 다양한 성격의 공연이 섞여있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직접 구해보았습니다. 먼저, 공연마다 좌석 등급에 따른 가격이 다르지만 제가 본 기획 공연의 경우 R석 13만원, S석 10만원 A석 7만원 B석 5만원인 가격구성이었고 이 가격구성이 평균적인 범주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사실은, 공연장마다 어느 좌석이 R석, S석, A석인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고 공연자가 대관신청을 할 때 등급을 몇 개로 나눌 것인지 그리고 어느 구역 몇 석을 어떤 등급으로 할 것인지를 공연장 측에 제안하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대신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등급별 최대 허용 좌석 수를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R석 869석, S석 745석, A석 517석, B석 334석 입니다. 공연 기획자 입장에서는 비싼 등급의 좌석 수를 최대한으로 하고 싶을텐데, 최대 허용 좌석 수 제한이 있으니 제가 공연 기획자라면 최대 허용 좌석 수에 딱 맞춰 가격을 구성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예술의전당에 공연을 올리는 공연 기획자라면 다음과 같은 공연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R석(13만원 x 869석) + S석(10만원 x 745석) + A석(7만원 x 517석) + B석(5만원 x 334석)} x 50% 유료 객석점유율 = 총 1억 2018만원
  • 제가 관람했던 롯데콘서트홀은 총 2,036석으로 예술의전당(2,523석) 매출에서 객석 수 비율대로 계산하면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약 9,700만원의 공연 수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비용

수입과 다르게 비용은 고려해야할 항목이 많았습니다. 매입 항목은 모두 부가세 별도 기준의 가격을 반영했습니다.

  • 대관료
    • 롯데콘서트홀 오후타임 6시간 대관 기준 1,170만원
    • 예술의전당 6시간 대관 기준 792만원
  • 장비, 부대시설료
    • 악기 대여: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는 개인 악기를 지참하겠지만 부피가 큰 타악기 종류(마림바, 드럼세트, 심벌, 팀파니 등)와 하프 등은 공연장에서 대여한다고 가정
    • 부대비용: 부대시설로 실황 비디오 녹화, 녹음, 실시간 중계, VIP리셉션실 대관, 조명 등의 옵션이 있으나 자료 보관을 위한 최소 부대시설만 대여한다고 가정(오케스트라 단상, 실황 비디오 녹화, 녹음, 로비 광고물)
    • 250만원
  • 오케스트라 출연료
    • 구립/시립 오케스트라 단원 공개모집에 나와있는 단원 출연료나 공공성 문화활동 지원사업에서 공시한 일반 출연료를 참고. 출연료 20만원 / 1회
    • 기본 오케스트라 단원 70~100명으로 이 글에서는 85명으로 가정
    • 오케스트라단 지역 순회 및 연주자 특성상 부대비용 30% 추가
    • 2,200만원
  • 특별 인력 출연료
    • 지휘자 인건비는 업계 특성상 비공개이며 정명훈과 같은 특이 케이스는 기사화되었지만 특A급 해외 지휘자 기준 출연료 5,000만원이 일반적이라는 기사 참고
    • 국내 일반 지휘자 출연료 기준을 찾기 힘들어 약 200만원 / 1회 출연료 가정
    • 협연 연주자 1명 약 100만원 / 1회 출연료 가정
    • 연주자 특성상 부대비용 30% 추가
    • 390만원
  • 마케팅비
    • 롯데콘서트홀에 공시되어 있는 7일 게재 기준, 홈페이지 각종 배너 및 DID 오프라인 광고물 비용을 참고 + 별도의 온라인 마케팅 소액 가정
    • 공연 전 한 달동안 마케팅 활동하는 것을 가정
    • 1,500만원
  • 티켓 판매대행 수수료
    • 인터파크의 경우, <티켓 판매 대행 계약서> 기준 신용카드 판매분 7.5%, 현금 판매분 5%, 무료 티켓 발권료 장당 150원, 공연 최종 완료 후 영업일 7일 이내 정산
    • 공연의 경우 현금 결제 소득공제 혜택과 소비자의 인식상 현금 결제분이 많을 것이라 가정하여 신용카드 결제:현금 결제 = 5:5로 가정
    • 공연 수입 9,700만원에 대해 606만원 수수료와 무료 객석점유율 30%에 대한 수수료 9만원
    • 615만원
  • 부가가치세
    • 공연 수입 9,700만원을 가정했을 때, 부가세 882만원

위의 7가지 항목에서 산출한 비용을 모두 합하면 7,007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9,700만원의 수입에서 7,000만원의 비용이 나간다면 순 수익으로 2,700만원이 남습니다. 이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변수는 지휘자와 협연 연주자의 출연료와 광고비, 보험료 등의 예비비 입니다.

여기까지 계산하고 나니 처음 이 수익 모델에 호기심을 가질 때 막연히 예술의 영역이라 수익이 크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것보다 합리적인 선에서 수익이 나는 구조로 보입니다. 제가 경험한 공연처럼, 스타 출연진보다도 트렌드에 맞는 공연 기획으로 승부하려는 공연의 경우에는 공연당 3,000만원 내외의 수익을 남기고, 같은 테마 공연으로 지역을 이동하며 최소 3회씩 한다면 공연 기획사의 고정비를 충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나가며

이 글에서는 수입, 비용의 단순 금액 비교에 집중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이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비용이 나가는 시점, 수입이 정산되는 시점, 세금 납부와 환급 시점을 고려해서 시기별 현금흐름 시나리오까지 작성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익이 나는 구조인지 호기심이 생겨 시작한 글이지만,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클래식 공연이 앞으로 어떠한 식으로 변화할까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그림을 갖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공연은 (1)최정상급 지휘자 혹은 연주자를 내세우는 공연이거나 (2)기존 음악 혹은 콘텐츠를 재구성한 기획 공연으로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1번 경쟁력은 오랫동안 클래식 업계의 네트워크를 쌓아온 기존 공연 기획사들이 차지하기 좋은 경쟁력입니다. 만약 제가 신생 공연 기획사를 만드려 한다면, 2번 경쟁력을 강화해서 목표하는 관객층이 좋아할만한 창의적인 공연을 기획하고 성공 레코드를 만들어 나가면서 기회를 노려 1번 경쟁력도 갖추는 전략으로 사업을 해나갈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클래식 공연을 볼 때마다 이번 글 작성을 통해 얻은 정보와 인사이트들이 제 머릿속에서 새록새록 검증될 것 같아 더 재미있게 공연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Minyoung

Minyoung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