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떡 하나로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생각보다 더 폭풍같았던 9월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 다시 마음을 잡고 블로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9월이 지나기 전에 money machine 글을 최소 1개 이상 작성하지 않으면, 나중에 매월 몇 개의 글을 썼는지 회고하다가 후회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들어가며
최근에 전북 익산에서 잡곡, 쌀, 떡볶이 떡 사업을 크게 하시는 분을 만나뵙고 컵떡볶이를 해외에 진출시킬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인도, 베트남, 미국 쪽에 컵떡볶이를 단독 유통시킬 수 있을까 주변에 수소문 해보고 조사도 해보았지만 컵떡볶이 단독 브랜드로 독립적인 유통을 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진정한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혼자서 고민해보니, 좋은 품질의 잡곡과 쌀을 수급해서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게 떡 장사/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떡 하나로 도대체 얼마까지 벌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떡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
개인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찾아가서 사먹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험을 떠올려보니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생각납니다.
- 고등학생 때, 아침 대용으로 먹었던 영양떡(a.k.a 공주떡): 밤, 콩과 같은 재료들을 엄마가 좋은 재료들로 골라 직접 떡집에 갖다주고 찹쌀 부분은 적게 하고 재료가 꽉 차게 나름 커스터마이징해서 지어주셨던 영양떡이었습니다. 시간을 아낀답시고 아침 급식이나 저녁 급식을 먹지 않고 영양떡을 (사실은 급식보다 더 많이?!) 먹었던 추억이 생생합니다.
- 마켓컬리의 100원 꿀떡 마케팅 사례 (대구꿀떡): 사실상 별거없는 꿀소스(?)에 담궈먹는 찹쌀떡인데, 저걸 저렇게 맛있게 표현해서 100원이라고 hooking 하다니!하며 감탄했던 마케팅 성공사례로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 제주도에 가면 꼭 사오는 오메기떡: 제주도에 가기만 하면, 마치 명절 끝나고 귀성길에 고향 특산물을 바리바리 싸오듯이 저는 오메기떡을 꼭 사옵니다. 기계로 만든 게 아니라 손으로 큼직하게 만든 티가 팍팍 나는 전통시장 오메기떡이 최고입니다.
- 엄마가 압구정동까지 가셔서 사오는 흑임자떡: 맛집을 뚜벅이로 잘 찾아 다니시는 엄마가 생전에 떡을 사러 멀리까지 가신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작년부터 생각만 나면 들러서 사오시곤 했던 흑임자떡. 한 번 맛보고는 왜 그런지 단번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떡을 안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떡에 대한 추억 하나 정도는 다들 있을 것 같습니다.
🍡떡 사업의 세 가지 케이스
1. 프랜차이즈형 - 빚은, 떡보의하루
<빚은>
프랜차이즈 떡 브랜드하면 저는 가장 먼저 '빚은'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떡케이크를 굉장히 흥미로운 제품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알아보니 SPC에서 2006년에 런칭한 떡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 입니다. 가맹사업체이다보니 여러 사람들이 '빚은 창업 수지타산'을 분석해둔 글들을 흥미롭게 살펴봤습니다. 간략하게는 다음과 같은 주요 내용을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 2021년 기준, 빚은 전국 가맹사업자의 평균 연 매출액 1억 6천만원
- 재료비는 매출 대비 케이크류 65%~70%, 반제품/완제품류 55%~60%, 커피/음료류 27~50%를 차지
(원가율을 보면 떡케이크는 빚은을 차별화시키는 마케팅용 상품이라고 보는 게 더 맞겠습니다.) - 인건비는 매출 대비 10~15%대
- SPC 그룹에서 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빚은'만의 단독 재무정보를 찾을 수 없었음
<떡보의하루>
사실 '빚은'은 제 머릿속에 바로 떠올랐던 떡 프랜차이즈 브랜드였는데, 조사해보면서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실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SPC라는 대기업에서 낸 브랜드이기도 했고 창업자의 스토리나 한 개인의 입장에서 와닿는 이야기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반면에 떡보의하루는 한국에서의 첫 떡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업체이기도 하고, 독립적으로 창업한 케이스라 더 흥미있게 살펴보았습니다.
'떡보의하루'는 상표이고 실제 회사는 떡 제조,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는 떡파는사람들과, 떡파는사람들로부터 떡을 매입해서 소매로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떡보의하루 회사로 나뉩니다. 떡보의하루를 한 곳의 떡집으로 보기에는 매출 규모(94억원)가 꽤 큰데 아마도 대주주가 직접 운영하는 지점들의 매출이나 (여러 사정으로) 가맹점을 낼 수 없는 매장들 매출을 모두 여기에 모으는 것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다행히도 떡파는사람들 감사보고서가 올라와있어 간략한 비용-수익 구조를 3개년치 살펴보았습니다.

떡보의하루는 소폭이지만 가맹점 수 자체는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가맹점 수는 3개년 각각 148개(20년), 151개(21년), 154개(22년) 입니다. 재무적 성과만 보아서는, 떡보의하루가 외형적 성장은 하고 있지만 이익 관점에서는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익을 반등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는 '냉동김밥'처럼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찾거나 아래에 소개되는 메가히트 떡 상품을 개발하는 타개책이 떠오릅니다.
2. 메가히트 제품형 - 압구정공주떡, 백년화편
사실상 메가히트 성공형이 이번 글의 주인공입니다. 제가 처음 압구정공주떡 흑임자 인절미를 맛볼 때는 그저 떡지순례의 성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생각했지만, 매출 규모와 스토리를 보고 이런 게 품질과 뚝심으로 성공하는 케이스구나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압구정공주떡>
압구정공주떡은 그 역사가 매우 길기도 하고 창업 스토리가 정말 재미있어 조금 길수도 있지만 상세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중앙시사매거진의 인터뷰 기사가 있어 해당 기사의 내용을 최대한 살렸습니다.
- 압구정공주떡은 1965년 대전에서 시작한 공주떡집의 서울 분점으로 2000년 문을 열었다. 공주떡집은 밤, 대추, 잣을 넣어 아침식사 대용으로 인기를 끈 영양떡으로 유명했지만, 현재 압구정공주떡은 새까만 깨가루로 범벅된 흑임자 인절미로 더 알려져 있다.
- 1965년 당시 공주떡집의 창업자는 박옥분 할머니로 공주 출신이지만 공주에서는 여럿 식구가 다 먹고살 수 없을 것 같아 당시 남편에게 서울, 대전,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 어떻게든 자리 잡으라며 시장에서 옷감을 판 돈을 쥐어주고 내보냈다. 그 이후로 남편이 자리를 잡고 가족들을 모두 대전으로 불렀던 게 공주떡집의 시작이다.
- 남들 다 하는 메뉴로는 살아남기 어렵겠다 싶어 영양떡을 개발해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가 1995년이다. 영양떡은 찰떡에 밤, 대추, 잣 등 각종 견과류를 넣은 떡인데 쑥, 호박, 흑미, 팥앙금, 깨 등 주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고 식사 대용으로 좋다. 일명 ‘공주떡’이라 불리는 이 떡은 이른바 ‘박옥분표 특허상품’인 셈이다. 맏사위 주경현씨는 이 영양떡을 두고 “블루오션을 개척한 벤처상품”이라고 자랑한다. 압구정동에 서울 분점을 내고 첫 5년 동안 공주떡 한 가지로 전화선이 ‘마비’됐다.
- 압구정공주떡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동산을 매입을 늘리고 있다. 2015년 강남구 신사동의 건물을 80억원에 매입한 뒤 지난해 159억원 규모의 건물을 추가로 사들였다. 회사는 건물을 매입하면서 152억원을 대출 받았지만 지난해만 30억원을 상환했다.또 향후 3년 이내에 차입금을 모두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압구정떡집의 최대주주는 공주떡집의 창업주인 박옥분씨의 맏사위인 주경현 대표(31%)다. 아내인 배미숙씨는 20%, 주현우씨 30%, 주다은, 주예은씨가 각각 9.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스토리를 알고 나서, 아래와 같은 재무적 성과를 보면 과연 이게 떡집 한 곳에서 나올만한 숫자인가 감탄하게 됩니다.

-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원가율은 최소 52%~최대 65%의 범위
(<빚은>에서 말한 원가율과 비슷한 것으로 보아 떡이라는 상품이 가지는 원가율 범위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영업이익율은 코로나를 지나가면서(아마도 매출 100억대를 찍기 시작하면서) 이익율 20%대에서 30% 후반대로 크게 상승
- 하루에 1,000명의 고객이 360일 가량 꾸준히 떡을 구입한다는 의미
- 2022년 떡 매출 154억원을 흑임자 인절미만으로 달성했다고 단순화시켜 하루에 얼마나 팔았는지를 실감나게 표현해보았습니다.
- 22년에 흑임자떡 1kg은 17,000원이었고 상품매출 대비 단순 나눗셈을 하면 1년에 약 906톤을 판매했습니다.
- 하루에 2,500kg의 떡이 팔렸다는 말인데, 평소에는 한 사람이 1kg씩 사지만 명절 때에는 4-5kg도 산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1인당 한번에 2.5kg을 구입한다고 가정했습니다.
- 결과적으로, 하루에 1000명의 고객이 360일 동안 꾸준히 구입을 한다는 결론이 나오고 하루 18시간 영업시간을 전제하면 한 시간에 55명의 고객이 떡을 구입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압구정떡집의 매출과 순이익 구조가 정말 놀라워서 개인적으로 느낀 흑임자 인절미의 제품 경쟁력을 다음과 같이 분석해보았습니다. (일명 흑임자떡 칭찬타임!)
- 고물이 정말 많이 묻혀져 있다. (실제로 이게 떡인지 아스팔트 바닥인지 헷갈릴 정도로 까맣습니다.)
- 고물이 촉촉하고 잘 뭉치기 때문에 고물 가루에 사레걸릴 일이 없다.
- 당도가 적당하다.
- 흑임자가 잘 볶아져서 콩 비린내없이 고소한 맛이 가득하다.
- (결국은 기본기!) 인절미의 찰기가 적절하다. 끊기기도 잘 끊기고 찰기도 적당히 있다.
- 한 입 크기로 잘 잘려져 있다. (외관상 수제 초콜릿 같기도...)
처음에 저도 인절미떡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생각했지만, 위와 같이 제품 경쟁력을 나열하고 보니 경쟁사가 이걸 모두 흉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실험과 오퍼레이션 역량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년화편>
단일 히트 상품으로 크게 성장한 떡집이 압구정공주떡 밖에 없을까 궁금해하며 찾아보다 백년화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백년화편에 대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밥알찹쌀떡이란 혁신상품으로 20만명 넘는 마니아층 고객을 확보한 백년화편
- 2019년 매출 : 106억 1,908만원
- 메가히트 상품인 밥알찹쌀떡의 최대 경쟁력은 국산 원료를 사용함에도 산지 직거래와 자동화로 맞춘 착한 가격과, 밥알의 식감을 살린 '빵 같은 떡'은 경쟁자들이 모방하기 어렵다.
- 1996년 이 건물을 지어 처음 했던 건 '금밭'이라는 한정식 집이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음식보다 후식용으로 내놓은 떡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10개에 1만원씩 받고 판 게 시작이다. 그러다 경영학을 전공한 아들이 '전통떡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사업 아이디어를 냈고, 2007년 백년화편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원래 한정식 집과 떡집을 같이하다 2014년 한정식 집을 정리하고 백년화편에만 전념하고 있다.
- 전국 빵집을 돌아다녀 보니 인기 있는 제품 중 절반에는 팥앙금이 들어 있길래, 이를 떡에도 넣어보자고 한 게 결과적으로 크게 히트를 쳤다.
- 찹쌀로 찰밥을 지어 절구에 넣어서 치는 옛날 방식으로 떡을 만든다. 그러면 밥알이 입안에서 터져 찹쌀의 고소하고 단맛이 퍼지는데 그 식감이 특별하다. 시중의 팥앙금은 보존기간을 길게 하기 위해 대체로 당도가 높고 첨가물이 들어 있으나 백년화편의 팥앙금은 보존 기간을 2~3일로 줄이고 화학 첨가물 없이 당도를 최대한 낮췄다. 또 간편하게 보관하고 먹을 수 있게 개별 포장을 했다.
- 떡 만드는 공간은 60평(약 200㎡) 조금 넘는 규모에 불과하지만 명절에는 하루 매출이 1억원을 넘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 처음에는 연매출이 5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연간 50%씩 성장했다. 입소문의 힘으로 백년화편 홈페이지에 가입한 인터넷 회원은 20만명이 넘는다.
- 사람의 손만으로는 이 공간에서 이만 한 매출을 낼 수 없다. 떡을 쪄서 자동 포장에 이르는 과정 중 60% 이상이 자동화됐다.
3. 온라인 유통형 - 영의정
영의정도 조사해보다 찾게 된 회사입니다. 일반적인 떡집과는 다르게 애초에 사업적으로 접근한 느낌이 더욱 나는 회사입니다. '한국', '전통' 키워드로 해외 진출에 먼저 나선 것이 신기합니다.
- 전통 떡은 경단부터 시작해 찹쌀떡, 약밥, 인절미, 절편, 폐백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떡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 중 인기 제품은 쑥오쟁이떡과 오메기떡이다.
- 퓨전 떡도 종류가 다양하다. 떡 안에 크림을 넣어 만든 옥수수크림치즈떡과 딸기크림치즈떡이 인기다.
- 영의정이 생산·판매하는 떡의 99%는 냉동 떡이다. 소비자가 편리하게 보관하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냉동 방식을 선택했다.
- 법인전환 첫해인 2004년 매출액은 약 7억원이었지만 2010년 60억원, 2015년 92억5000만원, 2020년 98억원 등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 2015년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와 중국 등에 연간 60만달러 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누적 수출액은 2021년 6월 기준 300만달러를 달성했고, 향후 유럽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해외 수출 매출액은 아직 크지 않은 것 같지만, 퓨전 떡과 냉동 떡 개발에 방점을 찍는 것을 보니 압구정공주떡과 조금 다른 스토리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나가며
떡에 대한 money machine 글이 이렇게 길어질거라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역시 세상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울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성공한 떡 사업들을 살펴보며 제가 던진 가장 큰 질문은 압구정공주떡의 압도적인 성과는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입니다. 위에 사례를 든 회사들 모두 연 매출 100억 이상을 해내는 정말 멋진 회사들입니다. 하지만 압구정공주떡, 백년화편과 같은 회사가 요식업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보다 수익구조가 좋고, 냉동 떡 기술 개발과 해외진출을 열심히 하는 영의정보다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메가메가히트 상품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한국의 경제 구조에도 떡 판매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떡류 제조업이 전체 쌀 가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26%로 가장 크고, 전체 쌀 소비량 중 쌀 가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8%이니 쌀 농업과 떡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떡의 식감을 좋아하고, 최근에 냉동김밥이 미국에서 히트를 친 것처럼 떡에도 그런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항상 생각합니다. 미래에 세계적인 메가메가히트 떡 제품이 나오면 이 글을 다시 읽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