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을 읽고

들어가며
이 책은 워낙 유명한 책이고 다른 책에서 사례들을 많이 인용했기 때문에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책을 좋아한다는 미국인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인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갈아 읽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 중 하나로 <괴짜경제학>을 뽑은 것이 신기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책 중에서는 한국에서만 더 유명해진 책도 있는데, 이 책은 미국에서도 진짜(?) 유명했구나 싶어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에 관하여
저자는 이 책의 제목(freakonomics)을 지을 때 많은 반발이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어도 영어도 이 제목이 책의 내용과 저자의 연구 방향을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빗과 뉴욕 타임스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더브너입니다.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인데, 각 영역의 괴짜 두 명이 모여서 쓴 책이라고 보면 조금 더 이해됩니다.
저자들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통합된 생각은 없다고 처음부터 경고(?)합니다. 그리고 책을 출간한 뒤 이런 비판을 많이 들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경고를 이미 듣고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 책이 워낙 유명해서 사례들을 이미 아는 채로 읽어서인지, <괴짜경제학>이 전하는 하나의 메세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데이터를 통해 사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통해 책에서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스티븐 레빗이 무려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인데 ‘사소’해 보이는 질문에 괴짜답게 접근하기 때문에 기존 경제학자들이 혹은 기존 경제학자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낀다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본인 전문 영역에서 이렇게 새롭게 접근하는 분들의 지혜를 공유받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도 책에서 다루는 아래의 질문들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어딘가에서 인용한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 그 많던 범죄자들은 갑자기 다 어디로 갔을까?
-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더 위험한가, 총 아니면 수영장?
- 첫째가 Winner, 막내가 Loser로 이름 지어진 형제의 운명은 어떨까?
위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너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는 위의 질문들이 저자가 랜덤하게 연구한 주제 중에 재미있는 것을 뽑은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질문들에 스티븐 레빗의 개인적인 사연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레빗 부부는 첫 아이 앤드루가 한 살을 갓 넘기고 폐렴구균성 수막염으로 사망한 뒤 세 명의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사연으로 레빗 부부는 자녀 잃은 부모들의 모임에 가입하는데 이곳에서 상당히 많은 아이가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를 당한다는 사실에 놀라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한 노력으로 레빗은 낡은 집을 구입해 개보수한 뒤 파는 부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경험으로 부동산 중개인 시장에 관심을 두게 됩니다. 저자의 개인사를 알게 되니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들이 어떤 개인에게는 사소하지 않고 중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가며
종합적으로 이 책을 통해 ‘인센티브’는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실제 원동력인 경우가 많고,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헷갈려서는 안 된다는 메세지를 한 번 더 되새기게 됩니다.
책의 마지막에 스티븐 레빗의 목표는 테러리스트를 잡아내는 도구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합니다. 경제학자가 테러리스트를 잡겠다니 괴짜 경제학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괴짜경제학의 한국판도 누군가가 지어주면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미국을 중심에 둔 사례들(마약 판매상, 흑인-백인 교육 격차 등) 위주라 한국을 사례로 해도 책 한 권이 충분히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