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의 재발견>을 읽고

들어가며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을 보고 한동안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습니다. 최근 저의 관심사인 '현금, 화폐, Money' 에 대한 지혜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책 내용 하이라이트
전문 투자자이자 하버드, 스탠퍼드 MBA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는 저자 윌리엄 손다이크는 CEO들도 프로 운동선수들처럼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분야에서 경쟁한다고 말합니다. 야구 투수의 방어율이나 타자의 타율처럼 CEO의 성과는 기업의 주당 가치 성장률로 평가하며 이를 평가하기 위해 딱 세 가지만 정량적으로 측정하면 됩니다. 첫째, 경영자 재임기간에 주주들이 올린 연평균 주가수익률, 둘째, 같은 기간 동종 업계 기업들의 주가수익률, 셋째, S&P 500과 같이 측정되는 주식시장 전체 수익률입니다.
저자는 하버드 MBA 학생들과 함께 무려 9년동안 1,000개 이상의 기업 재무자료를 살펴보고 100건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장 높은 주당 가치 성장률을 만들어낸 8명의 역발상 CEO를 뽑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이들의 10년에 가까운 노력을 단 몇 시간만에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합니다. 이 책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역발상 CEO들에게서 뽑아낸 공통점을 배우는 것 입니다. <현금의 재발견> 이라는 책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관행을 타파한 CEO들(the outsiders)이 잘한 것은 바로 '자본배분' 입니다. 자본배본? 이 단어 하나만으로는 아직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 단계 구체적으로 내려가서 설명을 하자면 아래와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의사결정하는 것이 자본배분을 잘하는 CEO가 하는 일입니다.
-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주당가치를 높이는 것이지, 기업 전체 성장이나 규모가 아니다.
-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연차보고서상 이익이 아니라 현금흐름이 결정한다.
- 분권화된 조직은 기업가다운 에너지를 일으키고 비용과 반목을 낮춘다.
- 독자적인 사고는 장기적인 성공에 필수요소다. 월스트리트나 언론 등 외부 조언자들과 하는 교류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시간도 낭비시킨다.
- 때때로 최고 투자대상은 자사주다.
- 기업을 인수할 때는 인내가 미덕이다. 확신이 선다면 가끔은 과감함이 미덕일 때도 있다.
이러한 기질을 발휘한 8명의 역발상 CEO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회사와 경영자 이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역시 재야의 고수는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큰 결과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들 각각의 개성과 일화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돈을 벌어들이는 영구기관 톰 머피 와 캐피털 시티스 방송사
- 상식을 뒤엎는 경영자 헨리 싱글턴 과 텔레다인
- 기업회생 경영비법 빌 앤더스와 제너럴 다이내믹스
- 격변하는 산업에서 가치 창출 존 말론과 케이블 사업자 TCI
- 파괴적 혁신과 전략의 수립 캐서린 그레이엄과 워싱턴 포스트 컴퍼니
- 공개적 차입매수 빌 스티리츠와 랠스턴퓨리나
- 최적화를 위한 다각화 딕 스미스와 제너럴 시네마
- 탁월한 CEO 투자자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앞으로 사업가로서 또는 투자자로서 명심하고 나의 '기질' 로 만들어 봐야겠다 메모해둔 주옥같은 문구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 문구들을 이 글에 모두 남기기 보다는 몇 가지 이들이 직접 한 말을 인용으로 남기며 책 소개는 마무리하겠습니다.
만일 당신이 만성적으로 물이 새는 배에 타고 있다면, 새는 곳을 수리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다른 배로 갈아타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게 더 생산적일 것이다. -워런 버핏
보험과 투자 모두에서, 버핏은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핵심요인은 '기질', 즉 '남들이 욕심낼 때는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 할 때는 욕심내는' 의지라고 생각했다.
“독립적인 분석 능력이 없으면 CEO들은 은행가와 CFO에게 끌려 다니게 된다." “리더십은 분석에서 나온다.” -스티리츠
(CEO가 기차 기관사라면) 목표는 가장 긴 열차를 만드는 게 아니고, 최소한의 연료만으로 목적지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것이죠. -머피
나가며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 MBA 인재들이 모여서 쓴 책이고 8명의 예시 모두 우러러 봐야하는 상장사와 대기업이라 나와 동떨어지는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5명의 작은 팀이든 5만 명의 대기업이든, '회사, 단체, 조직' 이라는 독립적인 하나의 주체를 잘 이끌어나가는 것에 현명한 자본배분이 꼭 필요하고, 그 일을 할 사람은 바로 CEO라는 면에서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화폐로써의 현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책은 아니었지만, 예상치 못한 소중한 배움을 얻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카리스마나 마케팅이 아니라 이 역발상 CEO들이 대단히 유능했던 상대적 장점을 나도 갖추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능이 아니라 기질이고, 통찰력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과, 시대에 뒤덜어진 덕목처럼 보이는 검소함과 인내심, 독립심과 (가끔씩)과감함, 합리성과 논리를 갖추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얻은 배움의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음 책도 기업의 현금 흐름, 재무에 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으로 골라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