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투자자의 재무제표 읽는 법>을 읽고

book review interpretation financial statements

들어가며

업무상 기업 분석을 해야할 일이 많다보니 재무제표를 제대로 해석하는 방법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근래에 강하게 들었습니다. 소위 '이과' 의 길만 걸어온 저에게 회계, 재무는 서당 개 3년으로 풍월을 읊는 식의 배움이었습니다. 이렇게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개념만 익히고 써먹는 방식은 제가 주도적으로 데이터를 찾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미뤄왔던, 실용적으로 재무제표를 보는 법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마스터하자는 마음으로 검색을 통해 이 책을 찾았습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생각보다 얇아서 놀라웠습니다. 저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쓴 다른 책 <현명한 투자자>, <증권분석>을 보면 500-600페이지가 넘어가는 전공서적급 책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간 '책이 이렇게 얇으니 회계 공부는 사실 필요 없는 거라는 신비한 사실을 벤저민이 말해주는 거 아닐까? 제발 그랬으면...' 이라며 배움에 대한 나태함이 제 마음 속에서 고개를 드는 걸 모른 척할 수 없었습니다🥹

이 책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은 재무제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자신만의 기준, 중요도, 흐름으로 정리해서 구조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1937년에 이 책을 냈으니 현재의 독자들은 무려 90년에 가까운 시간 차를 이겨내야 합니다. 다행히도 한글판 해설자(이민주)가 매 장마다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부가 설명을 해주고 있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에이티넘 창업주와 다른 사람입니다^^;)

책이 얇기는 하지만 Chapter 기준으로 무려 34장이며, 용어를 하나 하나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하려 하니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만약 저와 같은 필요성을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6시간 정도의 시간을 한번에 낼 수 있는 날을 골라 공부하듯이 필기도 하고 모르는 것은 더 찾아보며 읽기를 추천합니다. 시간이 없고 회계 기초가 있는 분들은 목차에 나와있는 부제목만 훑어봐도 벤저민이 해당 Chapter를 왜 썼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거기서 관심있는 장만 보셔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얻은 큰 배움들 몇 가지만 아래와 같이 소개하겠습니다.

이 책 덕분에 알게된 것들

  • 회계에서 '자산', '부채', '자본' 이렇게 세 가지가 모두 같은 레벨은 아닙니다. 자본은 자산, 부채를 통해 계산되어 나오는(자본 = 자산 - 부채), 한 레벨 낮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걸 이해하고 나니 왜 자본을 순자산이라고도 부르는지, 회계 계정항목을 차변, 대변으로 나눌 때 성격이 자산인지, 부채인지만 따지는지(자본인지는 안 물어보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자본은 곧 주주들의 지분이므로 회사에서 주주들에게 빚진 돈(부채)이라는 점에서 부채와 동급에서 다루기 힘들다고 이해해볼 수도 있습니다.
  • 자산 항목 중에서 영업권(good-will)은 기업 가치의 증대와 상관없이 자산 총계를 부풀릴 수도 있습니다. 영업권은 개념상 오프라인 식당의 권리금, 자리세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임의적인 요소가 커서 벤저민은 건실한 기업들이 영업권을 대체로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업권을 그나마 합리적으로 이해해본다면, 기업 인수합병 시 인수 대상 회사의 순자산 금액과 실제 인수 금액의 차이가 영업권일거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리미엄' 이겠습니다.
  • 무형자산은 영업권을 포함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되는 숫자라고 말합니다. 무형자산의 진정한 가치는 대차대조표가 아닌 손익계산서에서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액이 아니라 무형자산의 수익력이라는 메세지 입니다.
  • 회사에 대한 주주의 지분은 '자본' 으로 표현됩니다. 자본 총계는 (1)자본금 (2)자본잉여금 (3)이익잉여금 (4)자본조정 (5)기타 포괄손익누계액으로 이뤄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용어 암기가 아니라, 그래서 회사는 결국 이것을 이용해서 무엇을 해야하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자산(부채+자본) 전체를 활용해서 순이익을 창출하고 이익잉여금이 증가되면 자본 총계가 증가하고, 그러면 자산도 더 커져서 더 큰 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기업이 지향해야하는 선순환이라고 합니다. (당연한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지향점이 명확하면 확실히 의사결정에 도움이 됩니다.)
  •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은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금액입니다. 운전자본이 부족하면 여러 문제(낮은 신용등급,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침, 영업 규모를 축소하며 악순환, 심각하면 파산)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내 회사를 운영할 때나 남의 회사를 볼 때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로서 보수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유동자산이 아닌 당좌자산(유동자산 - 재고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금액으로 보라는 조언도 저자는 남기고 있습니다. 아무리 단기 실적을 잘 내고 장기적 비전이 좋아도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다 소용없기 때문에 운전자본은 재무에서 중요합니다. (기업 경영이 특히나 어려운 이 시기에 이 문구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결국 벤저민이 하고 싶은 이야기인 '증권의 수익력' 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증권이라고 다 일반적인 보통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채권보상배율, 우선주보상배율, 보통주보상배율을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 학습시켜 주었습니다. (수익력은 곧 순이익이 남는 상황 이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표에게는 너무 이상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머리 한 켠에 계속 떠올랐습니다😅)
  • 역시 현자들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 답게 마지막 결론 장에서는 간단한 메세지로 마무리합니다. "현명한 투자는 손실을 보지 않는 것"
재무제표에 근거해 증권의 시장가격이 저렴해보일 때 매수하고 비싸 보일 때 매도하는 투자자라도 엄청난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투자자는 마찬가지의 엄청난 손실이나 잦은 손실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나가며

알면 알수록 회계도 영어나 수학 같이, 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 언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를 잘하면 영어권 나라와의 비즈니스까지 기회로 만들 수 있고, 그렇다고 영어를 할줄만 안다고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회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회계, 재무를 제가 편하게 쓰는 도구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이러한 제 목표에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inyoung

Minyoung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