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게임>을 읽고

들어가며
세상에 읽을 책들이 너무 많다보니 결국 지인 추천 혹은 마케팅 문구에 이끌려 책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피니트 게임> 책은 지인 추천과 마케팅(워낙 유명한 저자 사이먼 사이넥)이 한 순간에 합쳐지면서 제 레이더 망에 들어오게 된 책입니다. 그렇게 중고책으로 사두고는 책상 위에만 몇 개월을 뒀습니다.
사실은 직전에 읽은 <현금의 재발견> 책 다음으로 재무, 현금 관련한 책을 연이어 읽으려고 책을 골라 전달받길 기다리던 중 책상 위에 놓여있던 이 책을 읽게된 것입니다. 우연이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비즈니스 = 무한게임" 이라는 메세지가 <현금의 재발견>에서 강조하는 주당 가치 성장률과 완전히 반대되는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운이 좋게도 짧은 시간 안에 양쪽의 의견을 읽을 수 있어 무게추를 중앙에 가깝게 조절할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책 내용에 대하여
책 내용 소개에 앞서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Start with Why>,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와 같이 사이먼 사이넥이 지금까지 쓴 책들을 보면 리더십 관련한 오피니언 리더였다는 점을 염두하고 이 책을 읽으면 보다 맥락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의 가치는 비즈니스와 리더십을 넓고 장기적인 시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을 저자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한게임' 이라는 용어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무한게임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에 참여 하면서도 참여자 전원을 알기 어렵고 언제든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할 수 있다. 각 참여자들은 어떤 전략과 전술을 쓸지 스스로 결정한다. 함께 의논해서 정한 규칙도 없다. 관련 법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나라마다 다르다. 비즈니스는 유한게임과 달리 시작, 중간,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러한 무한게임을 잘 참여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도 말해줍니다.
-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할 '대의명분 Just cause'을 추구하라
- 올바른 대의명분은 반드시 다음과 같아야 한다
- 무언가를 지향해야 한다 -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어야 한다.
- 포용적이어야 한다 - 뜻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 봉사 정신이 있어야 한다 - 다른 사람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 회복 탄력적이어야 한다 - 정치적, 기술적, 문화적 변화에 적응 할 수 있어야 한다.
- 이상적이어야 한다 - 크고 대담하며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여야 한다.
-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신뢰하는 팀 Trusting Team'을 만들어라
- 자원에는 한정이 있지만 의지력은 무한하다. 그래서 의지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 자원에 편중된 기업보다 궁극적으로 회복 탄력성이 더 뛰어나다.
- 두려움은 아주 강력한 동기로 작용해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끌어내기도 한다. 두려움에 몰린 사람은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해가 될 유한게임식 선택을 하고 진실을 숨긴다. 팀원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 줘라.
- 나를 발전시킬 '선의의 라이벌 Worthy Rival'을 항상 곁에 둬라
- 본질 외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 유연성 Existential Flex’을 가져라
-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갈 '선구자적 용기 Courage to Lead'를 보여줘라
이 책은 이러한 무한게임의 사고방식 각각에 대한 예시와 상세한 설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정말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회사의 대표로서 이 책을 읽었다면 금방 책을 덮었을 것 같습니다. 읽다보면 말은 좋은데 '그래서 당신은 해봤어?', '예시가 너무 단편적인 거 아니야?' 와 같은 반항적인 질문들이 많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도 중간 중간 제 마음에 와닿는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살다보면 상황이 좋아 자만할 때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져 절망할 때도 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너무 유한게임으로 치우쳐 있을 때 이 내용들이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책을 끝까지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 와 닿았던 문구들을 아래와 같이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는 일종의 '유한게임 탈진 증후군'에 시달리는 고위직 임원들을 자주 본다. 그들은 그동안 업무적으로 뛰어났고 매번 주어진 목표를 성취할 때마다 돈도 많이 벌었으므로 계속 같은 형태로 일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을 압도하는 가치에 헌신하고 싶다는 꿈은 전부 잊어버리고 다람쥐나 햄스터나 어느 설치류가 쳇바퀴 돌듯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일만 반복하게 된다. 유한게임식 목표를 많이 이뤘다고 무한게임식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 이런 허무함에 힘들어하는, 그러나 정말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 훌륭한 분들 이야기를 유독 최근에 제가 많이 들었었습니다. 그 분들을 만나면 무한게임, 유한게임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장해야 하는 이유는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의명분을 진척시킬 자원을 더 많이 얻기 위해서다. 기름을 많이 넣으려고 자동차를 사지는 않듯이 기업도 부의 축적 이상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자동차가 아니었다면 갈 수 없었던 곳을 가게 될 때 자동차는 가치가 있다. 마찬가지로 개인으로서는 발전시킬 수 없었던 대의명분을 실현하도록 이끌어주는 기업이 가치 있다.
→ 제가 '세계 최고의 CEO' 라는 문구로 고등학교 때 공부하는 모든 책 귀퉁이에 써두며 자기 암시를 하고, 카카오톡 닉네임도 'best CEO 강민영' 이라고 몇 년간 지어두었던, 지금은 손발이 오글오글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의 순수한 마음과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창업을 하고 싶었던 동기는 바로, 개인이 할 수 없는 범위와 규모의 영향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큰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의 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어 고맙고 와닿았던 문구입니다.
리더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니다. 결과에 책임이 있는 직원들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 몇 글자 차이이지만 내포된 의미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게으른 리더'는 직원을 위한 지원책,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새로운 업무 절차만을 만든다. 리더가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하지 않고 절차만 만든다면 윤리적 퇴색은 멈추지 않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미국은 20세기 최대의 외교 실수를 저 질렀다. 바로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했다'라고 선언한 일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무한게임에는 승패가 없다. 이는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국제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냉전에서 이기지 않았다. 의지력과 자원을 모두 잃은 소련이 게임에서 퇴출당했을 뿐이다.
유한게임 사고방식을 버리고 무한게임 사고방식을 수용하는 과정을 전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함께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비슷한 사명감을 느끼는 사람,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고 동의하는 사람, 함께 도전해보자는 열의를 지닌 사람을 찾아야 한다.
→ 어쨌든 모두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내 주변을 어떤 사람들로 채우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나가며
이 책을 통해 내일 당장 내가 리더로서 해야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얻길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직원들이 모두 여름 휴가를 떠난 빈 사무실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쉽게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어딘가에 막혀 갇힌 것 같은 느낌으로 답답한 리더에게 한 번은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이먼 사이넥의 infinite game 관련 영상 몇 개를 보면서 무한게임과 유한게임을 구분하는 사고 프레임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