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1, 2>를 읽고

지난 달에 <찰리 멍거 바이블>을 읽으며 찰리 멍거가 젊은이들은 꼭 읽으라고 말한 책들 중 당장 찰리 멍거 책 다음으로 읽어야할 책으로 선택한 책이 <설득의 심리학>이었습니다. 살다보면 이성적으로만 판단해서는 절대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내가 맞는 것 같은데 왜 세상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지 분하게 생각한 적도 많고 답답하게 느낀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제가 무언가 보지 못하고 있고, 지혜롭지 못하다는 사실도 스스로는 아주 솔직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 <설득의 심리학>이 제가 지혜로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추천사에 나오는 말처럼, 이 책에는 나만 알았으면 하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이 책은 설득의 법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나만 알면 세상 살기가 굉장히 편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좀 더 유연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면 꼭 읽어보고, 두고 두고 잊을만 하면 또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 책을 신뢰하고 읽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이 법칙들을 찾아내고 검증하고 종합해 낸 방식 때문입니다. 저자는 '생존' 을 위해 설득을 사용하는 집단에 본인이 직접 뛰어 들어가서 그들의 기술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딜러가 '사회적 증거의 법칙' 과 '희귀성의 법칙' 을 이용해 어떻게 판매왕이 되었는지를 그 딜러사에 알바로 취직하여 옆에서 지켜보고 판매왕에게 직접 물어보며 분석했습니다. 이 책의 목적과 빗나간 감상일지 모르지만, 저는 이러한 hands-on 실험 정신이 정말 멋있고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전반적인 책 소개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설득의 심리학2>에서는 6가지 법칙 각각의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어서 독자들이 훨씬 가깝게 느끼고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도록 합니다. 각 법칙마다 재미있고 신기한 실험들을 이야기하며 독자를 놀라게 합니다. 실제로 이런 실험들을 했을 저자와 연구원들을 상상해보면서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설득의 6가지 불변의 법칙
- 주고 받기 심리에 기초하고 있는 상호성의 법칙
- 심리적 일치성에 대한 압력을 이용하고 있는 일관성의 법칙
- 다수의 영향력에 의존하고 있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
- 유사성 등의 조건에서 유발되는 호감의 법칙
- 맹목적인 복종을 기초로 한 권위의 법칙
- 소수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희귀성의 법칙
- (당연히 너무 중요하여 다루지 않은 법칙)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심리
한 가지 더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각 설득의 법칙을 다룬 챕터 마지막 부분에 '방어전략' 을 넣어두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권위의 법칙에 대항하는 자기 방어전략으로 누군가 나에게 권위의 법칙을 사용해서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어떻게 방어해야할지 알려 줍니다. 이렇게 저자는 본인이 정리한 설득의 법칙이 인류에 선한 방식으로 사용 되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특히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많이 담겨 있습니다.
에필로그
하등 동물들은 그들의 작은 머리를 가지고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속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특정 정보에 대한 예외적인 민감성을 발달시켰다.
정보의 폭발로 인한 변화와 선택과 도전으로 묘사되는 현대의 삶의 양태 속에서 우리는 점차로 하등동물의 처지로 떨어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소위 정보화 시대로 불리고 있긴 하지만 지식의 시대로 불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정보가 곧장 지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정보를 찾아서 흡수하고 이해하고 통합하고 간직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반격해야 할 것은, 우리의 지름길식 의사결정방법의 신뢰성을 볼모로 이윤을 추구하는 행동이다.
저자는 설득의 법칙이 왜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도록 우리의 DNA에 새겨졌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이유는, 원인을 이해하면 앞으로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문구에서 설명하듯, 인간도 효율적인 결정과 이에 따른 높은 생존 확률을 얻기 위해 의사결정의 지름길, 곧 편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존 본능에만 의존하다보면 하등 동물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동시에, 진화적으로 우리가 학습해온 ‘의사결정의 지름길’이 주는 혜택도 많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여 인류가 쌓아온 의사결정 방법의 신뢰성을 해치려는 시도에 올바르게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에게 이러한 저자의 메세지는 깊이 와닿습니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시기에 사회의 '신뢰' 라는 것이 제대로 서있나 고민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가며
찰리가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 법칙들을 제대로 머리에 넣어두고 활용까지 할 수 있다면 제가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깊어지고 더 지혜로워질 것 같습니다. 멍거가 제시하는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출발점인 다학제적 접근과 격자틀 인식 모형(latticework of mental models)에서, 이 설득의 법칙들이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점(dot)들을 이어주는 선(line) 역할을 해줄거라 생각합니다. 책 읽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 삶에 녹아들어 현명함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