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메일1, 2>를 읽고

book review green mail

들어가며

한창 '화폐'와 '돈'에 대해 알고 싶어 읽을만한 책을 찾던 중 어떤 블로그에서 <그린메일>을 추천하는 것을 보고 독서 위시리스트에 넣어두었습니다. 어느 날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른 김에 위시리스트에 있는 책들을 찾던 중, <그린메일1>, <그린메일2>가 모두 깨끗하게 새로 포장된 채로 팔리고 있어 냉큼 사와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이 책을 오랫동안 책상 위에 놓아두다 최근에 부쩍 생각나서 읽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지난 몇 년간 회사에서 "상장사 M&A, 바이아웃, 사모펀드" 등의 단어들을 많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까지만 해도 '기업사냥꾼' 이나 '그린메일' 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그린메일' 은 상장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한 뒤 경영진을 위협해 적대적인 M&A를 포기하는 대가로 자신들이 확보한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되사도록 강요하는 행위라는 의미입니다. 기업 사냥꾼과 M&A 전문가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들 합니다. 가상이긴 하지만 이들이 사는 세상을 생생하게 재현해둔 이 책을 통해 정말 재미있게 M&A 세상을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독서는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압박과 그래도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도 읽고 싶다는 즐거움을 동시에 찾는 분이 있다면 "기업 사냥꾼이 보내온 녹색 경고장!"으로 시작하는 <그린메일>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책에 대하여

이 책은 소설 책이기 때문에 줄거리나 등장인물에 대한 내용은 적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책을 읽기 전부터 이 책을 지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20대의 나이에 M&A를 통해 상장기업의 오너가 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50여 기업의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을 현장에서 지휘하였다. 현재 캐나다 연기금을 운용하는 홍콩의 사모펀드 API(Asia Pacific Investment) 한국 대표이자 투자회사 넥스트밸류의 대표이다. 최근에는 해외 사모펀드(PEF), 헤지펀드(hedge fund)를 국내 펀드와 통합하여 매칭펀드(matching fund)를 구성해 대규모 프로젝트 투자에 전력하고 있다.

일단 직업 소설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놀라웠고, 무척 바쁘기로 소문난 투자 업계 전문가가 책을 쓸 시간을 냈다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조주환 작가님이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는지 너무 궁금해 검색해보았지만 생각보다 찾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다.

조주환 넥스트밸류 대표 이력

  • 경희대 전자공학과
  • 대학교 재학 중 보안회사 ‘시큐어소프트’를 창업하고, 소프트뱅크 손정의 펀드 1호 업체로 선정되어 60억원 투자 유치함
    • 시큐어소프트는 김홍선 대표가 96년 창업한 ISS를 경쟁업체 사이버게이트와 합병하여 만든 회사로 검색됨

홍콩 사모펀드라고 하는 API, 넥스트밸류, 시큐어소프트 키워드로 모두 검색해봤지만 조주환 작가님에 대한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소설은 아무리 실감나도 가상 세계이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하는 작가님이 살아온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된다면 이 책이 더욱 가치있을거라 기대했습니다. 지금은 작가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책과 관련된 사실을 더 발견할 수 있다면 정말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작가님 정보를 찾아보면서 이 책을 더 이해하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작가님은 2006년 가을 한 회사의 주식 30%를 사고 법원에 경영진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판사가 지분 10%를 보유한 사주의 편을 들어 이를 기각하자 <그린메일>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계기를 알게 되니, 작가가 왜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인 '니코스홀딩스'를 한편으로는 기업 사냥꾼으로, 한편으로는 정의를 되찾아주는 M&A 전문가로 설정하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글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게 되는 분들은 작가가 소설에 왜 이러한 요소와 구성을 넣었는지 발견하고 이해하는 재미도 함께 느끼실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나가며

작가님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IMF 시절부터 '적대적 M&A'에 대해 악몽같은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M&A 전문가들은 기업을 다시 살려내는 신화를 이뤄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기업 사냥꾼과 M&A 전문가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이 책을 읽고 지금의 제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답변은 '애초에 인수하려는 의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도' 라는 것은 일이 벌어지고 결과가 나기 전에는 쉽게 판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대상 회사를 인수한 뒤 최종 종착 시점에서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기업 사냥꾼들만 웃고 있을지, 대상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웃고 있을지에 대한 직감적인 구분으로 이 둘을 내심 판별해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기업들의 이야기도 사람의 생애주기처럼 여러 단계의 다양한 모습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M&A는 첨예한 이해관계와 극단적인 전략들이 맞붙는 지점이라 사람으로 치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 덕분에 앞으로는 어떤 기업의 M&A 스토리를 알게 되었을 때 보다 생생하게 머릿속으로 떠올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inyoung

Minyoung

Seoul